노숙자였던 그녀 (마지막회)

지난 글에 이어, 차 안에서 노숙 생활을 하며 길거리와 카페를 전전하던 19세 소녀 주얼(Jewel)의 마지막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당장의 달콤함 뒤에 숨겨진 진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지혜

차 안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노래하던 주얼에게 마침내 기적이 찾아왔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와 음악성에 반한 대형 음반사 레코드 제작자들이 그녀의 낡은 차 주변으로 줄을 서기 시작한 것입니다. 메이저 레이블 사이에서 치열한 영입 전쟁이 벌어졌고, 그들은 노숙자 신세인 주얼을 향해 막대한 액수의 계약금(Advancement)을 제시했습니다.

당장 오늘 한 끼 식사와 따뜻한 방 한 칸이 아쉬웠던 10대 노숙자에게 백만 달러, 한화로 10억원에 달하는 현금 선급금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유혹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얼은 덥석 돈을 쥐는 대신,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도서관에서 배운 음악 비즈니스의 계약 구조

주얼은 며칠 동안 도서관에 파묻혀 음악 비즈니스 계약과 레코드 파이낸스 관련 법률 서적들을 이 잡듯 뒤졌습니다. 그리고 레이블이 제시하는 ‘계약금’의 진짜 정체를 깨닫게 됩니다.

음반사가 가수에게 미리 주는 거액의 선급금은 그냥 주는 공짜 돈이 아니라, 향후 앨범 판매 수익에서 가장 먼저 갚아야 하는 일종의 ‘대출금(Loan)’이었습니다. 음반사는 계약금을 크게 주는 대신 음반 한 장당 가수에게 돌아가는 로열티 비율을 대폭 낮추고, 앨범 수록곡에 대한 지분과 창작의 자유까지 제한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눈앞의 거액에 혹해 계약을 맺는 것은 당장은 배부르고 따뜻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음반사의 노예가 되는 길이라는 것을 파악한 것입니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함정을 간파하다

장자의 <제물론>에 나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이야기를 잘 아실 겁니다. 원숭이 사육사가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화를 냈지만,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겠다고 하자 기뻐했다는 고사성어입니다. 결국 받는 도토리의 총량(7개)은 똑같은데, 눈앞에 당장 보이는 이익에 현혹되어 본질과 전체 판을 보지 못하는 우매함을 비유합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조삼모사의 함정에 빠집니다. 당장 눈앞에 쥐어지는 거액의 선급금(아침의 도토리 4개)에 눈이 어두워, 나중에 자신이 받아야 할 정당한 몫과 장기적 권리(저녁의 도토리)를 전부 빼앗기는 계약을 맺곤 합니다.

노숙자였던 주얼은 이 조삼모사의 메커니즘을 본능적으로, 그리고 도서관에서의 공부를 통해 철저하게 간파했습니다.

돈 대신 ‘미래의 권리’와 ‘시간’을 선택하다

주얼은 음반사들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역으로 제시했습니다.

“당장 주는 현금 선급금은 단 한 푼도 받지 않겠습니다. 대신 앨범 판권과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 주시고, 앨범이 팔릴 때마다 받는 로열티 백분율(Percentage)을 최고 수준으로 높여주십시오.”

음반사 관계자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차에서 자는 노숙자 소녀가 당장의 집 한 채 값 대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래의 로열티 비율과 음반 지분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애틀랜틱 레코드(Atlantic Records)가 그녀의 조건을 수용하며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진짜 위기: 앨범의 실패와 구원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처럼 즉각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1995년 발표된 그녀의 데뷔 앨범 Pieces of You는 출시 후 1년이 넘도록 빌보드 차트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완전히 묻혔습니다.

보통 신인 가수의 첫 앨범이 무참히 실패하면 음반사는 어떻게 할까요? 가수에게 지급했던 거액의 선급금을 회수하지 못해 발생한 장부상 손실을 메우기 위해, 그 가수를 즉시 방출(Drop)해 버립니다.

그러나 주얼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음반사는 주얼에게 미리 지급한 선급금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유지하는 데 드는 리스크나 재정적 부담이 거의 없었습니다. 음반사 입장에서는 굳이 그녀를 해고하거나 쫓아낼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선급금을 받지 않았던 주얼의 선택이, 역설적이게도 앨범이 실패했을 때 자신을 음반사로부터 쫓겨나지 않도록 지켜주는 ‘안전장치’가 되어 주었습니다.

시간을 벌어낸 주얼은 여전히 차에서 생활하고 카페를 돌며 포기하지 않고 전국 투어 버스킹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앨범 발매 2년이 지난 시점, 싱글곡 Who Will Save Your SoulYou Were Meant for Me가 라디오를 타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1,200만 장의 대기록, 그리고 진정한 승리

결과는 경이로웠습니다. 데뷔 앨범 Pieces of You는 미국 내에서만 1,200만 장 이상 판매되며 다이아몬드 레코드를 기록했고, 대역전극을 써 내려갔습니다.

만약 주얼이 19세 노숙자 시절, 당장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거액의 선급금을 챙기는 (조삼모사의 ‘아침 도토리 4개’)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첫 앨범이 실패했을 때 즉시 레이블에서 쫓겨나 잊혀진 가수가 되었을 것이며, 설령 성공했더라도 수익의 대부분을 음반사에 빼앗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눈앞의 달콤한 제안을 거절하고 당장의 굶주림을 참아내며 장기적인 구조와 권리를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앨범이 대히트를 쳤을 때 수십 배, 수백 배에 달하는 정당한 대가와 완벽한 음악적 자유를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글을 마치며

오늘날 우리도 수많은 ‘조삼모사’의 유혹 앞에 선하곤 합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 편안함, 혹은 타인이 제시하는 달콤한 조건 때문에 나중에 찾아올 더 큰 가치와 주도권을 너무 쉽게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가장 절박하고 암담했던 순간에도 도서관을 찾아 냉철하게 공부하고, 눈앞의 돈보다 자신의 미래와 가치를 먼저 지켜냈던 주얼의 이야기. 차가운 차 안에서 밤을 지새우면서도 조삼모사의 함정을 꿰뚫어 보았던 그녀의 결단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과 지혜를 전해줍니다.

멍청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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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Comments

  1. ㅇㅇㅇㅇㅇㅇ
    ㅇㅇㅇㅇㅇㅇ

    🫠🫠🫠

  2. J Joy
    Joy

    조삼모사의 함정.. 감사합니다. 직장인들 대부분 당장의 편함과 안락함에 있는건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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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에스텔
    에스텔

    Jewel이 나이가 그렇게 어렸던거로군요
    당시 되게 성숙해 보였었는데 ㅋㅋ
    난 앨범도 사고 그랬었어요
    Foolish game 최애곡인데 이곡은 라이브보다 녹음 버전이 훨씬 좋다고 느껴요
    라이브에선 녹음 버전 느낌을 못 내요

    Jewel , , Sarah Mclahchlan., fiona apple Tori Amos
    이런분들 엄청 좋아했어요
    Foolish game 하고
    사라 맥라클란 do what you have to do
    한때 정말.매일 매일 듣던 곡이었어요
    매우 가슴 아프게 듣던 곡들

    늘 즐겨듣던 여자 가수 이야기를 꺼내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엄청 많이 듣던 곡이 생각나서 여기 링크 남길게요
    일본 가수라 전혀 상관 없는데 이 곡이 떠올랐네요 ㅋㅋ
    일본 애니메이션 곡인데 정말 좋아하던 곡이에요 ~

    https://youtu.be/AQlFoiY2KVU?si=zv4aSZ5hjlF6ZSSM

  4. 에스텔
    에스텔

    갑자기 이 노래도 생각났어요
    쥬얼로 인해 여러 노래가 연상 작용으로
    떠오르네요 ^^

    토이 스토리 2

    https://youtu.be/QApcQh9_kQw?si=fGv4ySi1zeMquWwF

  5. Y Y
    Y

    맥스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조삼모사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6. 가랑
    가랑

    지혜로운 글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지금 저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7. ㅇㅇ
    ㅇㅇ

    노숙자 생활을 극복하고 악으로 깡으로 노력해서 슈퍼스타가 된 주얼. 하지만 부모를 잘못 만나 1억 달러짜리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돈과 부모를 모두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진흙탕 법적 다툼 대신 삶의 재건을 선택했고, 당당히 재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수많은 ‘조삼모사’의 유혹 앞에 있다"

    그녀의 삶을 되돌아보면 싸이코패스이자 정치적 소시오패스인 놈한테 속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떠오릅니다

    지원금 몇 십 만원을 뿌리고 그 이상으로 뜯어가는 독재자, 하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우덜랜드 우덜 수령님 만만세!를 외치고 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 정치 누아르 영화는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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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R Raw
    Raw

    Jewel의 노래를 들어보니 비맞고 서 있는 상대를 바라보는 모습이 꼭 저같내요. 나는 마음을 이만큼 많이 주는데 상대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죠. 그러면 그냥 신경끄고 살면되잖아요. 저는 짝사랑은 절대 안하고 안해봤거든요.

    그런데 그 차갑고 냉정한 상대가 내 가족이고 내 부모면 세상 살기 개빡세집니다. 가족한테 버림받고도 그들이 안쓰러워서 연민하는 삶 그만 살고싶내요. 이렇게 평생을 세상 살기 힘들었는데 나를 더 힘들게 하고 사기치는 인간이 있다? 국가가 나를 터치하고 통제한다? 다이다이 뜨는거죠.

  9. L lab media
    lab media

    맥스형님, 요즘 유튜브에 박진영이 성경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의 관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R Raw
      Raw

      박진영이 구원받았다고 간증 후 많은 사람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면서도 여전히 무대에서 변태옷을 입고 흔들고 영적 창녀와 같은 아이돌을 양성하고 그렇게 사람들 마음 훔친걸로 돈 버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답이 쉽습니다. 박진영이 구원받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선 제가 판단할 자격이 없긴 하지만 수준이 거기까지인거죠. 이단이냐 아니냐 말 듣는 수준.

      그런 혼란을 일부러 겪을 필요가 있습니까. 박진영 유명세에 기대보려고 거기가서 말씀듣고 그러지 마세요. 영적 음란과 육적 음란은 늘 함께
      갑니다. 우상숭배가 가장 심각한 영적 음란이고 하나님이 제일 싫어하신다고 합니다.

      아이돌 = 우상
      JYP엔터테인먼트 = 우상만드는곳

      아니 내가 박진영같으면 돈도 많은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건전한 목사님 모셔와 설교해달라 하겠어요. 분단위로 시간 쪼개 쓸 정도로 바쁘다면서 왜 지가 직접 함? 전공자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면서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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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 gaia
        gaia

        종교는 인간이 만들어낸 지배구조의 틀이고, 공포를 조장하고 구원을 미끼로 사람들 마음을 훔쳐 돈을 버는 것은 모두 같습니다. 순복음교회, 소망교회, 사랑의교회 등 인간계에서 좋다고하는 교회의 비리와 사건사고 역사가 입증했고 건전한 목사란 없다는걸 깨달았으니 목사에게 설교 요청할 이유가 없겠지요. 목사/박사/의사/검사 모두 인간계에서 만든 틀이고, 그러한 틀에서 유명한 경제학자나 교수 중에 투자 잘 한 사람 없습니다. 그러니 누구에게 의지하겠습니까. 자신의 영혼에 귀를 기울여보면 진리가 보이고 자유를 찾습니다.

        • R Raw
          Raw

          박진영은 듣는 입장이어야지 설교할 위치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바빠서 교회 못가면 건전한 목사님이라도 초청해서 겸손하게 들어야지 첫열매들이라는 교회 세워서 자기가 설교하니 결국 그는 자신이 새로 만든 종교틀 안에서 공식적인 목사가 된 거죠. 교회 안만들고 SNS에 끄적였으면 누가 뭐라하겠어요. 오피셜하게 강단에서 설교하고 유튜브에 올리는 그 공식적인 행위가 문제가 되는 겁니다. 하나님도 공식적으로 다루시겠죠.

          그리고 대형교회 중에 바른 목사도 있습니다. 맥스 형님이 추천한 데이빗윌커슨 목사님도 대형교회 목사님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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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 gaia
            gaia

            인간의 위치를 판단할 자격있는 인간은 없으니 너희 중 죄없는 자 먼저 돌로 치라 (John8:7). 타락한 목사도 한때는 건전하다고 알려져있었으니 ㅇㅇ 목사의 논문표절이 밝혀지기까지의 오랜 시간동안 건전할수도 아닐수도 있는 '위치'에 있던 중첩의 시기는 항상 존재해왔고 양자의 불확정성 원리에따라 인간도 quantum walk 를 따라 흘러가나 지구의 '위치'도 판단치못해 지동설을 주장한 자를 사형에 처함이 당연했던 과오를 다시

    • G gaia
      gaia

      같은 것을 바라보고도 사람마다 해석하는 관점이 다르기때문에 본인이 느낀 박진영의 관점을 요약정리하는게 우선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게 정리되기도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것들은 일시적이지만 진리는 영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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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R Raw
    Raw

    아이고 위에서 Gaia님이 한말이 다 맞음. 제가 해석 해드림.

    박진영도 인간계에서 만든 틀 안에 또 다른 틀 만들어서 타락중이고, 타락에서 건전으로 가는 중첩 과정 위치에 있을 수 있으니 박진영도 답 없다는 뜻.

    뭐, 어쨌든 Jewel의 성공을 나는 매우 축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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